명산 지리산에 가리워 그 이름조차도 생소하게 들렸던 남원의 봉화산(919.8m)은 덕유산에서 지리산에 이르는 백두대간 남부구간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산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전라북도 남원시와 장수군, 그리고 경상남도 함양군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우리나라에 봉화산이란 이름붙은 산들이 수도 없이 많은 것처럼 이 산 역시 과거 봉화가 피어올랐던 산에서 유래한것 같다. 3월, 4월이 되어도 봉화산에 별다른 것이 없다. 그저 백두대간길의 한몫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인근 광양에선 매화꽃축제다, 구례에선 산수유 축제다 하여 시끌벅적했고 소란스럽기까지 하지만 남원시 아영면에서 바라본 봉화산은 그저 동네 뒷산 언덕정도로만 보일 뿐이다. 남원과 장수, 함양의 깊은 산골 첩첩산중의 고원지대라 다른 데보다 뒤늦게 느껴지는 봄기운에 다소 서럽기까지 하다가 5월달이 되면 봉화산의 모습은 눈에 띄게 확연히 달라진다.
해발 400∼500m의 고지대에 위치한 아영면으로 접어들면서 단연 눈에 띄는 모습은 봉화산 서쪽 능선을 감싸고 있는 온통 붉은 철쭉밭이다. 마치 불타 오르는 듯한 모습은 그저 말없이 지나는 여행객들이라 할지라도 입을 떡 벌어지게 할 만 하다.
봉화산(920m)의 핑크빛 철쭉군락을 찾아 밤 3시에 일어나 적막한 밤을 달려 산으로 산으로 올라갔다. 아직도 어둠은 그대로 인채 바람이 매우 심하게 불고, 안개도 자욱하며 한기를 느끼게 하는 그런 날씨이다. 요즘들어 여름날씨를 보이던 터라 옷을 두껍게 입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얇은 바람막이 옷을 입은탓에 견딜만 하였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나무계단으로 잘 만들어 놓아 편리하였다. 하지만, 철쭉터널은 이미 나무키가 어른키를 넘어버려 마치 터널을 지나가는 느낌이다. 정상인 매봉에서 바람을 피해 왔다갔다 하면서 안개가 낮아지길 바랬지만 안개는 하늘전체를 덮혀버려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오전 9시가 넘자 그제서야 어름풋이 철쭉군락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안개는 사라졌지만, 하늘은 흐려있다. 사실 사진으로 말하지만 헛발질만 한 셈이다.
그래서, 이틀이 지난 5.13일 일요일 새벽 다시 찾아간 봉화산은 그나마 조금은 갠찬은 풍경을 보여주어 다소 위안이 되었다. (상단 사진)
이곳 봉화산 철쭉은 지리산 세석고원의 철쭉보다도 더 곱고 화사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철쭉터널을 따라 치재에 오르면 온 산이 철쭉으로 타오른다. 특히 봉화산 철쭉은 유난히 색상이 곱고 선명해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산이 활활 불타오르는 듯한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봉화산의 철쭉군락은 대체로 인위적이다. 산림정비사업을 하면서 황량해진 봉화산 서부능선과 산자락에 야트막한 철쭉을 심어놓은 것이 그 무엇에도 뒤지지 않을 5월의 명소가 된 것이다.
철쭉군락은 남원시 아영면과 장수군 번암면을 가로지르는 일명 "치재"(현지 주민들은 "짓재"라 한다.)에서 백두대간 동쪽능선을 타고 올라가 첫 번째 봉우리에서부터 약 500m 구간에 걸쳐 등산로와 등산로 좌우 산비탈을 비집고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이 구간은 말 그대로 철쭉밭이다. 사방 팔방을 둘러보아도 철쭉밖에는 보이는 것이 없다. 심지어 좌우로 휘영청 불거진 철쭉나무들로 인해 산길이 아예 "철쭉터널"로 되어 있는 곳도 있다.
봉화산 정상에 서면 사방으로 막힘없는 조망이 전개된다. 북으로는 전북의 오지, 일명 "무진장" 장수군의 깊은산골 지지계곡 골짜기 좌우로 장수의 진산 장안산(해발 1,237m)과 무령고개, 그리고 경남 함양과의 경계인 백두대간 백운산(해발 1,279m)의 웅장한 산줄기가 눈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있다.
뒤돌아 남쪽을 바라보면 아영면 고원지대 들판 너머로 천왕봉(해발 1,915m)을 비롯, 반야봉과 바래봉까지 이어지는 명산 지리산의 장쾌한 산맥이 우뚝 솟아있다.
동으로는 함양땅과 멀리 거창에까지 이르는 경상도 산하의 풍경이, 서쪽 아래로 는 그림같은 산수 장수군 번암면 일대의 산골마을 풍경과 그 뒤로 뾰족하게 솟아 오른 만행산(해발 910m) 등, 역시나 겹겹이 이어진 전라도 땅의 첩첩산중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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